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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2019) 후기 — 3시간 반이 아깝지 않은 갱스터 영화 영화 포스터

아이리시맨 (2019)

3시간 반이 아깝지 않은 갱스터 영화

★★★★★ 5.0

by 10days1movie · 작성 2026-05-31

구분 영화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개봉/공개 2019
장르 범죄, 드라마, 역사
러닝타임 209분

세 시간 반. 갱스터 영화에 이만한 시간을 쓴다는 게 처음엔 망설여진다. 그런데 다 보고 나면 그 길이가 납득된다. 아이리시맨은 화려한 조폭 영화가 아니라, 평생 그 세계에 충성한 한 남자가 결국 텅 빈 말년에 도달하는 이야기다. 별점은 ★5.0. 통쾌함이 아니라 끝에 남는 쓸쓸함으로 만점을 가져간, 흔치 않은 작품이다.

어떤 영화인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트럭 운전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이 마피아의 뒷일을 처리하는 해결사가 되고, 전미 트럭운송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와 깊이 얽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원작 책 제목 ‘I Heard You Paint Houses’는 청부 살인을 뜻하는 은어이자 영화의 첫 대사다. 호파는 1975년 실제로 사라진 뒤 지금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영화는 그 미제 사건을 프랭크의 시점에서 하나의 가설처럼 풀어낸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댄 덕분에, 이 노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마지막 한 판을 볼 수 있게 됐다.

지미 호파와 프랭크 시런이 마주 앉은 장면, 아이리시맨 스틸컷

앞은 빠르고, 끝은 느리다

이야기는 수십 년에 걸쳐 네 개의 막으로 흘러간다. 프랭크가 마피아 보스 러셀 부팔리노(조 페시)의 눈에 들어 ‘일’을 배우고, 호파를 만나 노조 권력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앞부분 두 시간 반이 가장 흡인력 있다. 특히 호파를 둘러싼 긴장이 한계까지 차오르는 3막 후반, 30분에 걸친 빌드업은 근래 본 장면 중 가장 팽팽하다. 반면 프랭크의 노년을 다루는 마지막 막은 다소 늘어진다. 속죄와 화해를 더듬는 이 마무리가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연기가 본체다

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연기다. 드 니로는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는 프랭크를 노년의 깊이로 연기한다. 파치노는 정반대로 시끄럽고 거침없는 호파를 신나게 펼치는데, 오랜만에 보는 그의 호연이다. 은퇴를 깨고 돌아온 조 페시는 ‘좋은 친구들’ 시절의 폭발하던 모습과 정반대로, 조용한데 가장 위압적이다. 레이 로마노 같은 조연도 의외의 인상을 남긴다. 디지털로 배우들을 젊게 만든 기술은 가끔 티가 나지만 몰입을 깰 정도는 아니고, 완성도 자체는 놀랍다.

노년의 프랭크 시런, 아이리시맨 스틸컷

의외로 웃기고, 끝내 쓸쓸하다

폭력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의외로 유머가 많다.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쏘는 장면들 사이에 건조한 농담이 끼어들어, 무겁게만 흐르지 않는다. 연출은 요즘식의 화려한 구도나 과시적인 카메라가 아니라 옛날 영화처럼 담백하다. 화려한 기교 대신 컷과 편집의 리듬, 시대를 채운 음악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다.

큰 줄기만 보면 ‘대부 2’를 프랭크의 시점에서 옮겨 놓은 듯하지만, 톤은 그보다 훨씬 가라앉아 있고 ‘좋은 친구들’보다 한참 더 차분하다. 신나게 몰아치는 맛을 일부러 버린 셈인데, 노배우들의 나이와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를 생각하면 그 선택이 옳다. 그 절제가 차곡차곡 쌓여 마지막에 큰 무게로 돌아온다. 화려한 한탕도 통쾌한 복수도 없이, 평생 충성한 남자에게 남은 것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 하나라는 결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 아이리시맨 스틸컷

평점과 평가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IMDb 평점은 10점 만점에 7.8,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411개 평론 기준 96%로 높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알 파치노·조 페시)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수상은 없었다). 평단은 만년의 스코세이지가 도달한 완성도를 특히 높이 샀고, 관객 사이에서는 긴 러닝타임과 잔잔한 호흡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총평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길고, 후반부는 늘어지며, 모든 인물의 속을 다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5.0을 준 이유는, 이 작품이 한 시대와 배우들에게 보내는 작별이자 갱스터 장르에 바치는 편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영화를 다시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세 시간 반은 아깝지 않다.

이런 분께 추천

  • ‘대부’나 ‘좋은 친구들’ 같은 정통 범죄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 빠른 전개보다 긴 여운을 즐기는 분
  • 긴 러닝타임을 감수할 준비가 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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